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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방/ 도전이 아름다운 전연옥 씨

‘전국 성인문해교육 한글교실 백일장’ 최우수상 거머쥐어

2015년 10월 09일 15시 35분 (주)양주/동두천신문사


60세 어머니의 불타는 학구열, 따라올 자 누가 있으랴

지금 들판에서는 따사로운 가을볕과 한결 차가워진 바람이 제작한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누구나 언제든 무료로 볼 수 있는 영화 한 편, 뜨겁고 애절한 사랑 스토리를 그린 장면마다 웃음과 눈물이 교차되고 감동의 하모니를 연출한다. 때론 비바람이 몰아쳐 극의 전개를 격렬하게 절정으로 치닫게 하지만 노을이 붉게 내려앉을 때쯤 평온한 감격으로 다가온다.

인간이 그려낼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의 영화, 쓸쓸하지만 풍성한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따뜻한 감동의 계절, 가을만큼이나 위대한 사람을 찾아 덕계동에 위치한 덕계학습관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곳에는 빛깔고운 비단처럼 고운 미소로 기자를 맞는 전연옥(60세) 씨가 있었다. 그녀가 양주로 와 정착한 지도 어느덧 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강원도 정선에서 성장해 ‘여자가 무슨 글공부냐. 집안일이나 해야지’식의 유교사상이 자리했던 시대적 환경 탓에 초등학교 1학년 한 달만 등교했다고 한다. 2년 후 3학년으로 다시 재입학했지만 등교 첫 날 받아쓰기에서 하나도 맞지 않아 1주일간 화장실 청소만 했고, 하교 후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냐는 아버지의 질문에 청소만 한다고 답해 학문에 대한 열정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전 씨는 35세의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의 몸으로 식당을 운영해 삼남매를 키웠는데, 글을 전혀 몰라 외상을 하는 손님들의 이름을 적는 대신 각각의 사람들 특징을 담은 그림을 그려 기억했다는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자식들 모두 대학을 졸업시키고 막내아들의 결혼만을 기다릴 때쯤 가슴 한 편에 남아있던 글공부의 미련이 떠올랐다.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글을 읽을 줄 몰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항상 지장을 받았고, 은행에 중요한 볼일이 있어도 보안 이유로 본인이 직접 문서들을 작성해야 하는 장벽을 넘을 수 없었던 불편함들 때문이다.

특히, 식당운영을 하던 당시 새로운 사랑의 꽃을 피운 남편의 적극적인 지원이 가장 컸다고 한다. 6살 연하인 그를 따라 6년 전 양주시에서 금술 좋은 부부의 보금자리를 만들었고, 늦은 나이에 글공부를 하는 것이 부끄러웠던 그녀에게 항상 용기를 북돋아주고 힘이 됐다. 그 결과 올해 4월 회천2동 복합청사 5층에 위치한 덕계학습관을 찾았다.


덕계학습관에서는 ‘성인 문해교육’을 3년째 운영하고 있다. 배움의 시기를 놓쳐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성인들에게 학습기회를 제공하고, 비문해 성인의 안정적 학습 환경을 구축하고자 추진하는 이 사업은 은봉학습관, 양주1동 한글교실, 대한노인회 장흥면분회 한글교실, 회천4동 한글교실 등 관내 5곳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4월에 개강해 11월까지 주 2회 2시간씩 배움의 시간을 갖는다.

전 씨는 덕계학습관에서 30여 명의 늦깎이 학생들과 함께 배움의 열정을 불태웠고 열심히 공부한 끝에 교육부가 주최한 ‘전국 성인문해교육 한글교실 백일장’에서 당당히 최우수상(경기도지사상)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새 인생’의 주제로 그녀가 걸어왔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다.

“부끄러워서 배울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막상 한글교실에 가보니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 더 많더라고요. 그래서 글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고 한글교실이 끝나면 집에 가서 남편과 받아쓰기로 복습했어요(웃음). 꾸준히 노력한 결과,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기자의 질문에 수줍어하며 대답한 수상소감이다.
“나중에는 꼭 내 손으로 직접 자서전을 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고 “나와 같이 글을 모르시는 분들이 꽤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분들도 한글교실에 관심을 가져 함께 배웠으면 좋겠다”고 만학의 길을 추천했다.

사람은 일생을 배우며 살다가 죽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의 진정한 참맛을 느끼게 해준 전연옥 씨의 남은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전상훈 기자 | 다른기사보기 | junsangh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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