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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은 무겁고 가야 할 길은 멀다

2019년 01월 02일 11시 32분 동두천연천시사신문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평범함이 가장 위대하다는 것을 하루하루 느꼈다”며 평범한 삶이 더 좋아지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살기 어렵다는 신음과 아우성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온수관 파열, 화재, 위험의 외주화, 내로남불 정쟁 등 반갑지 않은 사건·사고, 피로한 소식들만 연일 들린다. 가끔 보이는 거리의 조명과 자선냄비가 연말 분위기를 애써 연출하지만 예전 같은 활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연말이면 특히 기대되는 것은 ‘올해의 사자성어’다. 2017년에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사악함을 깨고 바름을 드러낸다”는 뜻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됐다. 올해는 어떤 사자성어가 우리의 마음을 대변할 지 기대하던 중 이달 초 ‘인크루트’(온라인 채용 포털)에서 직장인, 구직자, 자영업자 2917명을 대상으로 ‘올 한해 자신의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한 사자성어’를 물은 결과, ‘다사다망(多事多忙)’이 답변자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다사다망은 ‘일이 많아 몹시 바빴다’는 의미로 올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유행했지만, 많은 이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한 해를 보낸 고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말라 죽은 나무와 불이 꺼진 재’처럼 생기 없이 무기력한 상황을 빗댄 ‘고목사회(枯木死灰)’와 ‘노력해도 안 된다’는 뜻의 ‘노이무공(勞而無功)도 순위에 올랐다. 결국 공허하게 한해를 보낸 전국 직장인(2030만 명), 구직자(106만 명), 자영업자(618만 명)의 마음이 담겼다.

한편,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2018년 올해의 단어로 ‘toxic(유해한 또는 유독성)’을 선정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사건·사물·상황·관심사를 설명할 때 이 단어와 함께 사용했다는데 지구 반대편에서도 많은 이들의 한 해가 안녕치 못하고 고단했나 보다.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며 출범한 현 정부는 불공평, 불공정, 부정의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대통령은 어느새 질문을 듣고 싶어 하지 않게 됐다. “(국내문제는) 짧게라도 질문을 받지 않고 답하지 않겠다”(12.1 기내 간담회)는 발언은 국민들의 기대감과 온도차를 보이는 듯하다.

12월 24일 전국 878명의 대학교수들은 올 한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임중도원'(任重道遠)을 꼽았다. “짐은 무겁고 가야 할 길은 멀다”는 뜻으로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한반도 평화 구상과 각종 국내정책이 제대로 안착하길 바라는 ‘응원’인 동시에

다시 구태에 젖어가는 여당과 관료들이 짊어진 짐은 무엇이며 어느 길을 가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 부디 이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 말고 끝까지 가달라고, 그렇게 해서 다시는 일터에서 노동자가 죽지 않게 해달라고,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모든 국민이 알 수 있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당부’로 느껴진다.

소시민들은 살아갈수록 평범하고 보편타당하기 어려움을 느낀 고달픈 한해였으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기자는 새해 특별한 기대를 걸지 않으려 한다. 새해를 마치 태양이 처음 뜨는 것처럼 맞이하지 않고, 갑자기 착한사람이 되거나 깨달음을 얻는다는 망상도 접겠다. 돈을 많이 번다던가, 건강이 넘치길 바라는 터무니없는 꿈도 꾸지 않겠다.

다만, 새해에는 잘 보고, 듣고, 쓰겠다. 숨겨진 뒷모습까지 전하기 위해 카메라 조리개를 좀 더 열고 좀 더 빠른 보폭으로 좀 더 많이 움직이겠다. 더불어 동두천·연천주민들은 올 한해가 실망스러웠어도 내년에는 애를 쓰면 그만큼 보람도 있는 황금 돼지의 해(己亥年)가 되길 기원하겠다.



정호영 기자 | 다른기사보기 | ultra04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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