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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러시안 룰렛(Russian roulette)

2019년 03월 29일 11시 45분 동두천연천시사신문

3월 4일은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전국 영·유아들의 학부모들에게 답답한 하루였을 것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전국 1553곳에 이르는 사립유치원이 개학을 연기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지만 형사고발·강제해산 등 교육당국의 초강수와 학부모들의 부정적 여론에 239곳만 개학을 연기하는데 그치며 투쟁 하루 만에 철회했다. 3자 입장에서의 객관적 시각은 정부와 한유총 모두 현실에 눈을 감아 러시안 룰렛(Russian roulette)의 한 장면이 교차됐다.

합리적 절충 없이 모두 자기 입에서 이해와 양보가 발사되지 않기만을 바라는 듯했다. 최종적으로 누구의 입에서 그 이해와 양보가 터져 나올지, 그것이 누구를 향할지 알 수 없었으나 애꿎은 아이들을 볼모로 하는 그 모든 상황이 기막혔다.

분명한 것은 사명감을 바탕으로 유아교육에 헌신하는 대다수의 교육자들까지 매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조 단위 정부 지원금을 받을 때는 ‘교육자’라 했던 그들이 개학연기를 강행하겠다며 엄포를 놓을 때는 언제든 문을 닫을 수 있는 ‘자영업자’(“치킨집 닫을 때 종업원 동의를 받나”, “치킨집처럼 100%개인자산”)로 스스로를 비유할 때 학부모들은 배신감을 느꼈고

▲모 언론에서 입수한 한유총의 단체대화방 ‘3000톡’의 메시지 일부가 공개(‘학부모가 똥줄 타게 해야’, ‘폐원 예고하면 학부모가 들고 일어날 것’, ‘학부모를 불편하게 해야 정부에 이길 수 있다’)됐을 때 학부모들은 분노했다. 학부모를 ‘방패막이’로 삼고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포로로 삼으려 했던 정황에 많은 국민들은 개탄을 금치 못했다.

우리나라 전체 유형별 유치원 비율은 국·공립 21.1%, 사립 78.9%로 OECD평균과(국·공립 66.9%, 사립 33.1%)는 정반대 양상을 보인다. 전체 유아의 3/4인 약 50만 명이 사립유치원에 다닌다는 뜻이다.

동두천 관내 유치원 18곳 중 국·공립 11곳(61.1%), 사립 7곳(38.9%), 연천 관내 유치원 13곳 중 국·공립 11곳(84.6%), 사립 2곳(15.4%)으로 동두천과 연천은 국·공립 유치원의 비율이 높았다. 동두천·연천 관할 교육지원청 확인결과 관내 사립유치원 9곳 중 개학을 연기한 곳은 공식적으로 없었다.

교육지원청에서 사립유치원들과 연락유지, 설득으로 개학연기 방침을 철회하거나 돌봄서비스를 운영함에 따라 소속 유치원으로 정상 등원했다는 것이 교육지원청의 설명이다. 4일 이후 개학을 한 사립유치원은 ▲연간 학사일정(180일 이상)을 고려한 개학일 선정 ▲각 가정 사전공지 ▲돌봄교실 정상운영으로 혼선을 방지했고 각 가정에 불편을 초래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됐던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은 1단계 도입 의무대상(원아 200명 이상) 570곳 중 99.6%인 568곳이 도입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 국회에 표류중인 유치원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과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그대로 수용하면 사립유치원 자율성 유지와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여전하다.

정부는 2022년까지 국공립 유치원의 비율을 25~40%까지 높인다고 하지만 많은 시간과 재원이 소요되는 과정임이 분명하고 같은 사태가 벌어졌을 때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또 학부모와 아이들이다.

바라건대 정치적 사안이 아닌 정책적 사안으로, 사태의 본질에 심도 깊이 접근하고 합리적 절충점과 원만한 제도개선을 꼭 좀 이뤄냈으면 한다. 파열음 가득한 봄날, 이 같은 기막힌 러시안 룰렛이 반복되지 않기를 미래의 아빠로서 소망하며 조심스레 오늘 저녁메뉴를 치킨으로 정해본다.



정호영 기자 | 다른기사보기 | ultra04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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