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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성실성의 근원

박혜성|해성산부인과 원장

2019년 06월 04일 13시 20분 동두천연천시사신문

나는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다. 그래서 쉽게 사람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쉽게 사람이 싫지도 않다.
나의 삶은 뜨뜻미지근하다. 하지만 나는 성실하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항상 진료실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개원 23년째 토요일, 일요일, 빨간 날에도 진료를 한다.
달리 잘 하는 것도 없고, 놀기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어서 공부나 진료를 하는 것이 나의 취미생활이고 나의 특기이다.
어렸을 때 우리 집은 가난했다.

그때 당시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이 가난했듯이, 나의 집도 가난했다.
아버지는 치료 한 번 못하고 이유도 모르고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신 후에야 간경화로 인한 식도정맥류였을 것이라고 추정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아버지 머리위에 있던 달력에 빨간색 동그라미가 몇 달째 기록되어 있었는데 그것이 아버지가 각혈한 날이라는 것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치료를 시작하면 자식들을 공부시킬 돈을 다 써버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해서 치료를 못하신 것이었다. 그때는 의료보험이 없던 시절이었고, 이제 막 의료보험제도가 만들어질 예정이었다. 돈 때문에 병원 한번 가는 것이 부담스러운 시절이었다.

아버지는 내가 21살 때 그렇게 돌아가셨다. 나에게 어머니와 동생들을 남겨두고 치료 한번 못하고 돌아가셨다.
내가 레지던트 1년차 때, 나는 의사로서 아버지를 돌봐드리지 못했다.
그 후로 나는 가난한 사람을 보면 치료를 받기 위해 돈 걱정을 했던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내가 환자를 진료할 때는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가족과 직원과 내가 진료하는 환자를 위해 나는 성실해지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성실하게 진료하고, 성실하게 공부하고, 성실하게 살아서 나와 가족과 직원을 먹여 살리고 돈이 없는 사람을 치료해 줄 수 있는 약간의 경제적인 여유를 갖는 것. 그것이 내가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유이다.

그런데 우리 엄마를 보면서 나의 성실성의 근원이 나의 엄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는 나보다 더 성실하시다.
정말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춥거나 덥거나 평일에도 일요일에도 하루도 안 빠지고 해성산부인과에 출근하신다. 내가 그런 엄마를 닮았나보다. 나 또한 나의 성실성을 나의 아들과 딸에게 전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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