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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기고)고능리 사업장폐기물매립장 ‘환경정의’ 실종

2020년 06월 16일 17시 32분 동두천연천시사신문

 이수영 한국내셔널트러스트 DMZ위원회 위원

1982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애프턴타운에 폴리염화폐비닐매립지 설치가 계획되자 주민 저항이 일어났다.

애프턴타운은 가난한 농촌이고 주민의 과반수가 흑인이었는데, 정치적으로 힘이 없는 유색인종이 거주하는 곳이라는 이유로 유해폐기물매립장으로 선정된 데 반발한 것이다.

이후 미국 각지의 오염시설 지역에서 같은 맥락의 저항이 이어지고, 민간 및 공공기관의 조사와 보고서는 유해폐기물매립장이 유색인종 및 저소득층 거주지에 설치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그 결과 1990년대 이후 연방정부 환경정의 방침만으로도 시민들이 환경적으로 차별받는 상황의 시정을 요구할 수 있음이 법원 판결로 인정되었다. 이런 지난한 세월을 거치며 ‘환경정의’라는 개념이 확립되었다.

한마디로 ‘환경정의’란 오염과 약자와의 상관성을 세심하게 살펴 약자가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환경정의, 환경약자를 보호할 때다(서울신문, 2018.10.10.)’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광국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환경 피해는 대부분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인 저소득층, 고령층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나라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환경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많은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중략)환경정의란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사회 모든 구성원이 어떠한 조건하에서도 환경적인 혜택과 피해를 누리고 나눔에 있어서 불공평하게 대우받지 않고, 공동체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주변의 생명체가 지속가능하게 공존하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연천군 전곡읍 고능리 102번지 일원(구, 노스폴 골프장)에 ‘사업장폐기물매립장’이 들어온다고 한다.

연천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배출하는 생활쓰레기가 아니라 다른 지역 사업장이 배출하는 폐기물이 연천에 매립되는 것이다.

사업장폐기물 중에서도 유해물질 함유 폐기물, 다시 말해 ‘대기오염시설에서 포집된 분진’, ‘주물과정에서 발생된 폐모래’, ‘폐내화물’, ‘소각재’, ‘폐석면’이 매립될 계획이다.

1만5000평 정도의 면적에 6년간 98만㎥ 용량을 매립하는데, 하루에 배출되는 침출수가 무려 56톤이라 한다.

위 주소를 검색했을 때 지도에서 표시되는 가장 가까운 곳이 한탄강관광지이다. 2019년 기준 약 4만4000명 군민 가운데 1만9000여 명이 거주하는 전곡 시내와 매우 가깝다는 말이다. 또한 매립장 예정지 반경 1㎞ 거리에서 흘러가는 한탄강은 곧이어 남계리에서 임진강과 만나 파주를 거쳐 한강과 서해를 향해 흘러간다.

‘매립장’은 백과사전 ‘혐오시설’의 항목에 명확히 예시되어 있는 시설이다. 더구나 일반 생활쓰레기도 아닌 유해한 ‘사업장폐기물매립장’을 반길 사람은 없다. 이런 혐오시설을 기피하는 주민을 ‘님비’(Not In My BackYard), 다시 말해 지역이기주의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환경정의’의 잣대로 보면 완전히 잘못된 비판이다.

고능리에 들어오는 유해한 폐기물은 타 지역에서 발생된 쓰레기이다. 연천군 사업장폐기물의 양은 전국 배출량의 0.18%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경제 및 소득 수준이 높고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 지역에서 생산된 유해 폐기물을 경제 및 소득 수준이 낮고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인 연천에서 처리하겠다는 발상이다.

쓰레기를 만든 당사자들이 자기 눈에 보이지 않고 자기 코에 악취가 들어가지 않는 먼 곳에 쓰레기를 내다버리겠다는 태도야말로 ‘님비’의 극치이다.

상대적으로 약자의 처지에 해당하는 연천군과 군민들은 한목소리로 그 ‘불의’와 ‘불공정’을 비판해야 한다.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시설이라면 남의 뒤뜰이 아니라 자기 앞마당에 설치하면 되지 않겠는가.

앞에서 인용한 ‘환경정의, 환경약자를 보호할 때다’의 기사 내용을 되새겨 보면 현세대는 미래세대, 공동체의 문화와 역사, 주변의 생명체가 지속가능하게 공존하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현세대 연천군민이 고능리 ‘사업장폐기물매립장’을 허용하는 것은 그 책임을 무참히 저버리는 일이다.

고능리 일원은 환경부에서 지정한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다. 도롱뇽, 잿빛개구리매, 소쩍새, 팔색조 등 멸종위기종과 여러 종류의 천연기념물이 서식하고 있다. 현재 연천군은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될 예정이다. 그리고 DMZ는 앞으로 유네스코세계유산 등재를 계획하고 있다. 분단의 세월 70년 동안 접경지역으로서 각종 규제와 위기 속에 소외되고 낙후된 연천의 미래 먹거리가 어디에 달려 있는지는 명확하다.

따라서 연천군민을 대표하는 연천군의회는 이미 한강유역환경청을 방문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임재석 의장은 “고능리에 폐기물매립장이 설치될 경우 연천군 발전을 크게 저해하게 된다”며 ”사활을 걸고 폐기물매립장 설치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경기일보, 2020.5.25.)

연천군민이 한뜻으로 현세대의 책임과 연천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새로운 발상에 입각한 선도적인 행정이 필요하다. 개발 위주 성장의 시대를 넘어 지속가능성과 생태적 가치로 전환하고 있는 이때, 민관이 합심하여 연천의 포스트코로나. 즉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구상해야 한다.

연천군민으로부터 행정력을 부여받은 연천군수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생태적인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다른 지역에서 기피하는 ‘사업장폐기물매립장’을 유치하여 주민 소득을 증대시키고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개념은 과거의 것이다. 소외되고 낙후되었던 지난 70년의 방식을 되풀이하면 미래에도 여전히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일 뿐이다.

연천군수는 TF팀을 꾸려 포스트코로나 시대 연천과 연천 주민의 삶을 디자인하기 바란다. 생태, 환경, 역사, 문화, 지질 등 연천이 가진 우수성이 그 확고한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70년 세월의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이 구체적으로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군민을 대표하여 경기도와 중앙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유네스코프로그램 3관왕을 목표로 하는 연천의 지향에 부합하도록 생태와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프로그램과 기반시설에 대한 지원, 생태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주민의 노력에 직접적인 보상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연천의 우수한 자연생태환경을 보전하고 가꾸어 가려는 노력에 보상이 이루어진다면, 연천은 ‘사업장폐기물매립장’이 없이도 아름다운 생태환경을 자랑하며 소득이 증대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가장 모범적인 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민관이 합심하여 위기를 기회로 삼고, 낙후지역의 이름표를 떼고 코로나 이후 선진적인 생태도시로 우뚝 서야 한다. 군민의 열망을 등에 업고 군수가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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