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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도 맞고 네 말도 맞다

2020년 08월 03일 16시 36분 동두천연천시사신문
“네 말도 맞고 네 말도 맞다”는 일화로 유명한 황희 정승은 평생 긍정의 마인드로 아랫사람과 나랏일을 돌봤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백관(百官)을 다스리던 세도가나 고관과는 상반된 성품으로 오늘날까지 공직사회의 인성·청렴교육에 자주 소환되곤 한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덕(德)의 행위와 중용(中庸)의 자세를 겸비한 조직의 리더가 손에 꼽을 만큼 적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든다.

최근 동두천 국가산업단지의 시행을 맡은 LH공사와의 사업시행 협약(안)을 놓고 집행부와 의회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시의회가 7월 23일 ‘동두천 국가산업단지 사업시행 협약 및 의무부담 동의안’을 4대 3으로 부결시킨 게 발단이 됐다.

시장과 정치적으로 한 둥지를 틀고 있는 민주당 소속 3명은 찬성, 나머지 통합당과 무소속 등 4명이 반대한 결과다.

산단 준공 3년 후 미분양 용지가 발생할 경우 시가 100%를 매입해야 한다는 협약(안)이 찬반을 불러온 핵심이다.

누가 봐도 준공 3년 후 완판은 대기업의 전략적 진출이나 노동자 1000명 이상의 중견기업이 입주하기 전에는, 개별입주의 방식으로는 언감생심이다.

인근 양주시의 홍죽산단 완전분양이 입주기업에 각종 인센티브(행·재정)의 폭탄을 퍼붓고, 유치TF팀이 전국의 기업을 대상으로 부지런히 발품을 판 덕에 6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지방의 10년 이상 장기 미분양 산단에 비하면 이는 초단기간에 분양한 성공 케이스로 꼽힌다.

산단 분양이 녹록치 않음에도 의회의 협약(안) 부결 직후 최용덕 시장은 의회가 산단 추진에 발목을 잡았다고 발끈하는 격앙된 모습을 내비쳤고, 가만히 있을 리 없는 의회도 산단 조성을 반대하는 것이 아닌 시가 불리한 협약 내용을 LH와 다시 협상하라는 의미라고 맞불카드를 던졌다.

이런 양상을 일부 언론은 시장과 의회의 대립이나 갈등으로 훈수를 뒀고, 토지보상을 기다리는 토지주들은 반대표를 행사한 의원들을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영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애꿎은 시민들은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른 지 그저 혼란스럽기만 하다.

조선의 황희 정승이라도 어느 쪽이 옳은 판단인지 말문을 쉬이 열기가 간단치 않은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래도 듣고 싶은 결론은 “네 말도 맞고 네 말도 맞다”이다.

따지고 보면 시장 입장에선 어렵사리 첫발을 뗀 국가산단이 물 흐르듯 속도가 붙기를 기대하는 측면에서 시행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준공 3년 후 미분양 용지 100% 시 매입’이 버거운 게 사실이지만 LH의 자체 심사도 남겨둔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3년 이내 완판에도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는 속내다.

반면 반대 측 의원들은 미분양 용지 매입확약은 향후 동두천시의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고, 일방적으로 지자체가 손실 책임을 지는 협약은 개선해야 한다는 감사원의 권고가 이미 내려졌기 때문에 재협상의 명분은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시장의 논리나 의회의 논리나 구우일모의 간극에 불과할 수 있는, 각자의 위치와 권한에 준한 타당성과 설득력을 띠고 있다.

집행부와 의회는 동두천시의 건강한 미래발전과 시민의 권리·복지향상을 공통의 지향점으로 삼는다.

대립과 갈등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충돌을 해소하려는 협치와 상생의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정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이해충돌은 언제나 존재하고 부패 이전에 존재하는 요소여서 다행히 해소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

왕과 관리들의 과실을 간쟁·탄핵하고 왕의 인사권에도 쓴 소리를 하던 대관이 고려시대(어사대)에도, 조선시대(사헌부)에도 존재했다.

지금의 의회와는 기능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으나 왕과 대관-집행부와 의회라는 연결고리를 놓고 보면 성격상 유사한 점이 많다.

왕이 통치하던 시대에도 대립과 충돌이 내재된 서로 다른 이해집단이 편전에 모여 정사에 대해 치열한 논쟁 끝에 합의점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중하게 여겼다.

자치단체와 의회가 협력의 대상은 맞지만 의회의 견제와 감시역할을 부정하거나 스스로 거수기를 자청하면 대의민주주의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정략이 판을 치고, 자존심만 내세우는 관계가 아닌 누가 더 미래를 걱정해 생각하고 일을 하는가를 경쟁하는 그런 모습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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