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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탐방 / 동두천 ‘진미복집’

경원축 유일 복어 전문점, 복어의 참맛에 ‘풍덩’

2021년 11월 22일 10시 12분 동두천연천시사신문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속담과 완벽하게 부합되는 식재료가 있다.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라는 신경독을 품어 숙련된 기술 없이는 먹은 후 사망할 수 있으나, 제독만 한다면 진귀한 맛을 즐길 수 있어 옛날부터 고급 음식으로 인정받은 ‘복어’다.

복어는 생선임에도 닭고기 같은 독특한 식감과 담백한 맛으로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은 저서에서 좋은 술안주 중 하나로 복어를 꼽았고 실학자 정약용은 복어에 대한 시까지 썼으며 조선시대 요리책인 규합총서에도 복어 요리법이 기록되는 등 ‘복어 사랑’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치사율 50%에 이르는 복어의 맹독을 제거하려면 ‘복어조리기능사 자격증’이 필수지만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탓에 소지자는 적고, 그와 비례하게 복어 전문식당도 매우 드물다. 마침 그 귀한 복어전문점이 동두천에 있다는 소식을 접한 기자는 지체 없이 취재에 나섰다.

기대감이 절정에 닿을 무렵 도착한 ‘진미복집’(하봉암동 151-6 소재)의 외관은 하얀 간판과 차분한 우드 톤의 외관이 돋보였고, 주차장은 10대 이상 자리할 수 있을 만큼 널찍했다. 말끔하게 정돈된 인테리어 사이로는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임에도 자리 잡은 손님들이 적지 않았다. 혼자 분주히 움직이던 정길자(64) 대표가 소녀 같은 미소로 기자를 반겼다.

정 대표는 ‘진미복집’ 운영 전까지 내내 친정엄마의 반찬을 받아먹었을 만큼 음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던 지난 2013년, 전남 함평에서 30년 넘게 원조 ‘진미복집’을 운영하던 친정엄마의 손맛을 잇고 싶어 뒤늦게 칼을 잡았고 6개월 동안 하루 20여 마리의 복어를 손질한 끝에 당당히 ‘복어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왕복 10시간이 넘는 동두천~함평을 수십 차례 오가면서 1년 넘는 ‘수습 기간’을 거쳤고, 결국 창업을 극구 만류하던 엄마에게 인정받을 만큼 원조의 맛을 완벽히 구현해냈다. 현재 함평의 모친 점포는 정 대표보다 한발 늦게 자격증을 취득한 친동생이 운영하면서 전통을 잇고 있다.

정 대표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자 기본 밑반찬들이 먼저 등장했다. 직접 기르고 빻았다는 고춧가루에 정 대표의 손맛을 더한 배추겉절이는 깔끔한 매콤함을 자랑했고, 설탕 대신 수제 효소로 단맛을 낸 ‘풀치(새끼 갈치)무침’은 멸치와는 결이 다른 개성을 뽐냈다.

이어 비법 재료로 맛을 낸 수제 초장에 쫄깃한 복 껍질을 무친 ‘복껍질 초무침’은 별미였다. “정식 메뉴(1만5000원)지만 맛보기 개념으로 조금씩 드린다”는 정 대표의 말과는 달리 손바닥보다 큰 접시에 가득 담아 주는 푸짐한 인심에 감동이 몰려왔다.

드디어 대표 메뉴를 맛볼 시간. 먼저 미나리와 콩나물이 수북이 담긴 ‘복지리(1만9000원)’ 냄비가 열기를 참지 못하는 듯 팔팔 끓었다. 정 대표는 “맑은 국물이 특징인 복지리는 오래 끓일수록 국물 맛이 깊어지니 야채 먼저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 말대로 팔팔 끓는 냄비 속 미나리와 콩나물을 한 움큼 건진 후, 고추냉이를 푼 간장에 찍어 양껏 입에 넣자 아삭함과 싱그러움이 입안을 휘감았다. 이어 맛본 복어의 살은 촉촉·담백함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생선보다 훨씬 밀도가 높아선지 탄력 있는 식감은 닭 가슴살과 유사한 쫄깃함을 품고 있었고, 이렇게 많이 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낌없이 담긴 애·곤이 등은 두부처럼 폭신하고 고소했다.

이어 정 대표는 “복지리 국물은 재료 본연의 맛만으로 충분하다”면서 “강한 향이 더해질수록 복어 맛이 달아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복어와 시간이 빚어낸 맑은 국물은 대체 불가능한 깔끔함과 깊은 시원함을 선보였다. 마늘, 양파 등 향신 역할을 하는 채소가 전혀 없음에도 이처럼 깊고 진한 맛을 내는 복어에 감탄하는 동시에 선조들이 예찬한 이유가 납득돼 버렸다.

지리국물이 동나버리기 전, 서둘러 진미복집의 ‘명물’인 어죽(3000원)을 청했다. 정 대표가 모든 손님께 직접 끓여드린다는 어죽은 국물에 밥과 계란을 넣고 뭉근하게 끓여낸 다음 화룡점정으로 참기름이 살짝 더해졌다. 입속의 밥알들은 본연의 맛에 더해 응축된 국물의 맛을 머금은 듯 깊고도 고소한 맛을 과시했다.

다음으로 만난 복매운탕(1만9000원)은 알싸한 붉은 빛깔을 띤 채 나타났다. 복지리를 베이스로 정 대표가 직접 만든 특제 양념장이 더해진 복매운탕은 깔끔함과 깊은 시원함에 더해 ‘맛있게 매운’ 맛까지 품고 있었다. 정 대표는 “복지리는 담백함과 깔끔함이 특징이고 매운탕은 담백·깔끔에 매콤함이 가미된 음식”이라며 “지리와 매운탕 모두 각기 매력이 충분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얘기했다.

5년 전 송내동 아차노리 인근에서 첫 문을 연 진미복집이 이곳으로 이전한지 이제 1년 남짓이지만, 이미 복어 전문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정 대표는 “적잖은 단골들이 이전 후에도 찾아주시고, 주변 직장인들이나 인근 골프장 방문객들은 꼭 다시 찾으신다”며 “맛에 대한 칭찬은 언제 들어도 늘 기분 좋은 것 같다”면서 웃어보였다.

정 대표는 “손님께는 믿고 먹을 수 있는 재료만 선보이려 채소 몇 종류 정도는 취미삼아 기르고, 메뉴에 쓰이는 갖은 양념류는 직접 만들고 배합한다”며 “손이 많이 가는 과정들이라 피곤할 때도 있지만, 맛있게 드신 손님들의 미소와 엄지 척을 보면 그마저도 싹 달아난다”고 말했다.

이어 “5년 동안 가게 운영 하나에만 열중하느라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며 “진미복집의 장점인 복어의 깊고 진한 맛을 성실히 지켜나가는 동시에 기회가 닿으면 봉사활동 등 지역사회를 위한 공헌도 해보고 싶다”는 희망찬 포부도 전했다.

미식가로도 유명했던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죽음과도 바꿀 가치가 있는 맛’이라고 복어를 극찬했다. 지금 우리는 수많은 이들의 희생(?) 덕에 무사히 ‘죽음과 바꾼’ 맛을 즐길 수 있는 ‘복’ 많은 시대를 살고 있다.

깊으면서도 진한 담백함이 그리워질 때, 경원축의 유일한 복어 전문점인 ‘진미복집’으로 달려가시길 적극 추천한다. 단언컨대 숟가락질 시작 후 5분 내에 복어의 참맛과 정 대표의 깊은 손맛에 흠뻑 취하게 될 테니.

*예약/문의: ☎866-3203



동두천연천시사신문 기자 | 다른기사보기 | kioai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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